[가이무/포도오렌] 제목없음
SHT2014. 5. 22. 00:06
가볍게 쓴 포도오렌...ㅇㅁㅇ
- 28화까지 스포있어요
- 캐붕과 스토리날조가... 심한 것 같습니다.
너도 참 지독한 녀석이구만? 친 형을 그냥 죽게 두고 말야!
조롱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미츠자네!
다급하게 소리치는 목소리도.
거리를 걷던 걸음을 멈추고, 질식할 것 같아 눈을 질끈 감았다. 호흡이 아주 잠깐 멈췄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까지 됐을까, 같은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생각하는 순간 나는 무너질거야. 라고 되뇌이고 되뇌이며.
그렇게 몇 번이고 생각했음에도 미츠자네는 한동안 가이무의 개리지에 찾아가지 못했다. 모두와 웃는 얼굴로 태연하게 말을 주고받는 것이 힘겨웠고 마이가 코우타의 얘길 꺼내는 것도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멈췄던 숨을 내쉬었다. 하늘엔 어쩐지 견디기 힘들 정도로 버거웠던 석양빛이 차갑게 식어 가라앉고 있었다. 이 시간이면 개리지에 아무도 없을 것이다, 라고 판단한 미츠자네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집으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끼익. 조심스레 문을 열어 안을 들여다보자 불이 꺼진 개리지의 안은 예상대로 텅텅 비어있다. 다행이다. 안도의 숨을 작게 내쉰 미츠자네는 안으로 들어와 탕, 탕 소리를 내며 철제 계단을 천천히 밟고 내려와 의자에 주저앉았다.
등받이에 무거운 몸을 기대며 고개를 젖혀 천장을 바라봤다. 형이 없는 집안의 냉랭한 분위기를 떠올려보면 지금 이 곳의 고요함 쪽이 훨씬 더 안정이 되었다. 가슴으로부터 올라온 작은 숨소리를 뱉어내자 느릿하게 깜박이던 눈이 감겼다.
미츠자네!
아아. 또. 목소리가 들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새 헬헤임의 안이다. 낭떠러지의 끝에 선 타카토라가 보였다. 차마 눈을 마주칠 수 없어 미츠자네는 타카토라를 외면했다. 형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보고싶지 않았다. 차라리 그 때 형이 왜 네가 그 곳에 있느냐고 물었다면, 아니면 도와달라고 외쳤다면 이 죄책감이 덜할까 싶었다.
어서 가라.
여전히 형은 말한다. 미츠자네는 고개를 도리질치며 그 자리에서 두어 걸음 물러섰다.
네가 인류를 구하는 거다.
아냐. 그런 거창한 건 처음부터 생각지도 않았다.
그저 '쿠레시마'에 묶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밋치'로 있을 수 있는, 팀의 공간을 지키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랬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버린거야. 이런걸 바란게 아닌데. 왜, 왜, 왜.
처음으로 스스로 선택하여 얻은 힘은 무척이나 달콤했다. 이런 나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었어. ..하며. 그리고 힘의 댓가는 감당하기 어려운 진실이었다. 무거웠다. 그래도 어떻게든 수습해보려 했다. 할 수 있는 만큼은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키기 위해 벌여놓은 일들은 번번히 꼬이기만 했다. 이 때부터 였을지도 모른다. 무언가 어그러지기 시작했다고 미츠자네 스스로도 느낄 수 있었다. 그랬지만 이건 내 탓이 아니잖아.
"이건 다,"
"그 사람 때문이야."
이렇게까지 걷잡을 수 없이 일이 커진 것은 모두 그 사람 탓이야. 그 사람이 헛바람을 집어넣지만 않았어도... 형이 배신을 당한 것도, 그래서 죽게된 것도, 모두.
무거웠던 어깨가 조금이나마 가벼워졌다.
그 곳엔 두뇌가 명석한 쿠레시마의 차남이 아닌 16살 어린 소년이 있었다. 소년에게는 이 무거운 짐을 대신 떠넘길 원망할 대상이 필요했다.
카즈라바, 코우타.
미츠자네.
다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울렸다. 소년은 두 손을 들어 귀를 틀어막았다.
미츠자네.
밋치.
밋-치!
그리고 미츠자네는 눈을 떴다. 형은 온데간데 없었다. 사라진 타카토라 대신 눈 앞에는 코우타가 있었다. 왜 당신이 여기에 있는걸까. 미츠자네의 흐릿한 정신은 아직 헬헤임을 헤매고 있었다.
"밋치! 여기서 뭐하는거야, 이 시간까지."
뭐하냐니. 동그랗게 눈을 뜨고 내려보는 얼굴에 웃음이 새나왔다.
"...모두, 당신때문이잖아요."
"밋치?"
우당탕거리는 소리와 함께 코우타가 바닥으로 쓰러진 것은 한순간이었다.
"ㅋ, 헉..!"
그리고 쓰러진 코우타의 위로 올라탄 미츠자네가 그의 목을 두 손으로 감싸 조르기 시작한 것도 역시 한순간이었다. 밑에 버둥거리는 몸과 손가락 끝에서부터 타고올라오는 두근거림이 느껴졌다.
"왜 날 따르지 않았어요."
"..밋, ㅊ, .."
"전부 다 당신때문이야. 나는, 나는..!"
힘을 실어 누르자 짓눌린 소리가 터져나왔다가, 곧 끊길듯 말듯 흐려졌다. 살고자 몸부림치던 손에 손목이 붙잡혔지만 미츠자네는 까딱 한 번 하지 않았다.
"나는, 당신까지 지키려고 했단 말이에요!"
손톱이 할퀴고 지나간 자리에 생채기가 남아 따끔거렸지만, 그래도 전혀 아프지는 않았지만 목을 죄는 손에 힘이 조금 풀렸다. 조금 숨통이 열리자 코우타가 쿨럭대며 연신 기침을 해대는 모습이 보였다.
"..당신이,"
뿌옇게 가려진 코우타의 눈에 담긴 미츠자네의 얼굴은 비참하게도 일그러져 있었다. 미츠자네는 고개를 숙여 그의 어깨에 이마를 기대었다. 어린 아이가 투정하듯 원망하며 우는 소리가 들렸다.
"당신이 날 배신하면 안되는거잖아요, 코우타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