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제/류겐켄]
SHT2014. 5. 22. 00:26
너무 가이무 글만 잔뜩이랔ㅋㅋㅋ 다른 글 없나 뒤져보다가 발견한 것.
무려 2년 전에 썼던 글입니다.
아마도 그.. 몇화더라 카프리콘 호로스콥스가 나왔던 그 편 이후로 잡고 썼던 것 같은... 제이크의 꿈이 나왔던 그 편이네요.
아주 옛날에 썼던 글이라 지금보니 민망하기만 하네여...XD...
포제 류세이x겐타로x켄고 삼각물입니다. ...긴 한데 류겐 성향이 더 강하네요. 그냥 류겐인듯.
제이크의 잠시동안의 외도에서 가장 분노하고, 또 가장 오랫동안 용서를 하지 않았던 것은 류세이였다.
다른 가면라이더 부원들이야 겐타로의 등 뒤에 숨어 주춤거리며 제이크가 래빗해치에 들어온 순간부터 이미 어느 정도 용서를 해버리고 말았겠지만 류세이는 아니었다. 같이 했던 시간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거니와 그에게 있어 우선순위는 겐타로였기 때문에, 제이크의 배신으로 코즈믹의 힘을 잃은 겐타로가 부상을 입게된 일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물론 넉살좋게 그만 제이크를 용서하라는 겐타로의 말에 류세이 역시 결국은 넘어가버리고 말았지만, 이번에는 겐타로에게 화가 나기 시작했다. 화를 눌러 참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류세이는 그대로 겐타로를 지나쳐 제이크의 어깨를 한번 가볍게 친 후-두 번 다신 그러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가 담겨있었다.- 래빗해치를 벗어나 지상으로 내려갔다.
"뭐야? 갑자기 왜 저러는거야, 류세이 녀석..."
겐타로의 의문에 덩달아 다른 부원들까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때 묵묵히 스위치를 조정하고 있던 켄고가 그들을 향해 시선을 한 번 주더니 툭 던지듯 한 마디를 꺼냈다.
"글쎄, 난 대충 알 것 같은데."
"어? 알다니, 뭘?"
정말 아무 것도 모른다는 눈빛으로 자신을 향해 되돌아보는 겐타로를 보며 켄고는 작게 혀를 찼다. 어째 이리도 둔할까.
"사쿠타는 지금 네 몸상태를 정확히 꿰뚫어보고 있으니까 말야. 아마 그게 화가 난 결정적인 이유일꺼다."
"엥?"
잠시 인상을 찌푸리며 곰곰히 켄고의 말을 곱씹어보던 겐타로는 곧 작게 아, 하고 탄성을 지른 뒤 멋쩍은 듯 자신의 뒷머리를 긁적이다가 류세이의 뒤를 따라 뛰어나갔다.
아직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서로를 마주보며 의문을 띄우는 남겨진 부원들을 뒤로 하고 켄고는 스위치 조정실로 들어가며 한숨을 내쉬었다.
"내 코가 석 자인데 누굴 도와주고 있는건지..."
집을 제외하고 류세이가 올 곳이라고는 지로의 병실 뿐이다. 잠시동안의 대화에 금세 지쳐 잠든 지로를 바라보다 창 밖으로 시선을 옮기자 먹구름이 몰려 어둑어둑해진 하늘이 보였다. 비라도 한바탕 내릴 모양이다.
'우산, 가져오지 않았는데...'
아니, 차라리 비라도 맞으면 머릿 속의 답답함이 조금은 가시지 않을까.
류세이는 말없이 지로의 병실을 떠났다.
병원을 나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빗방울이 한 두 방울씩 떨어져내렸다. 몇 걸음 채 걷지 않아 물줄기는 금방 두꺼워져 미친 듯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쏴아아아-
'소나기려나.'
방금 하늘을 바라본 탓에 눈으로 들어간 빗방울을 문질러 닦아내며 류세이는 앞을 향했다. 그 발걸음은 어딘지 맥이 없어, 터덜터덜, 그렇게 목표도 없이 걸었다.
류세이는 겐타로가 코즈믹 스위치의 힘에게서 튕겨나 지독한 내상을 입게된 것을 알고 있었다.
코즈믹 스위치는 스위치의 최종 형태이며, 한번 멈췄던 심장을 다시 움직이게 할 정도의 힘을 가졌다. 그런 스위치에게서 튕겨져 나왔으니 그 반동 또한 엄청났을 것이다. 그 상태에서 조디아츠와 싸움까지 했으니... 그렇게 빨빨 거리고 돌아다닌게 더 신기할 정도다.
오죽하겠는가, 친구가 걸린 일인데.
순간, 류세이는 뱃 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옆에 있던 벽을 쾅 내리쳤다. 그 소리가 꽤나 길고 강하게 울렸다. 키사라기 겐타로는 그런 사내다. 친구의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앞밖에 볼 줄 모르는 단순무식함과 또한 친구에 대해서라면 그 어떤 사소한 버릇이라도 알고있는 세심함을 갖추고 있는. 그러나 그 자식은 그 세심함을 자기 자신에게는 쓸 줄을 전혀 몰랐다.
어째서 그리도 자신의 몸을 살피지 않는건지, 그가 행여라도 잘못되면 눈이 뒤집힐 사람들이 몇이나 있는데───
핏줄이 툭툭 불거지도록 힘이 들어간 주먹을 부들부들 떨며 한동안 그렇게 아래로 시선을 향한 채 화를 삭이던 류세이는 문득 헛웃음을 지으며 주먹에서 힘을 풀었다.
한 번 그를 죽였던 주제에, 그의 작은 상처에도 이렇게 분노하는 자신이 우스웠다. 이 얼마나 모순되었는지.
사실은 한 번 그를 죽였기 때문에 더욱이 이럴 수 밖에 없었다. 한 번, 겐타로를 잃었으니까. 그 상실감이 얼마나 지독하고 깊었는지 아니까. 아직도 그 때의 일을 떠올리면 창자의 마디마디가 끊어지는 것만 같은 그런 단장의 괴로움이 선명하다. 그러니까 자신은 겐타로의 몸상태 하나하나를 신경쓰고 지켜줘야할 의무가 있다. 이 것이야말로 지금 내가 짊어진 책임감이다.
'류세이, 그게 정말 책임감일까?'
아까의 대화에서 한 지로의 말이 스쳐지나갔다.
'그 감정은 책임감에 따른 분노는 아닌 것 같은데. 뭔진 모르겠지만... 그렇게 이성을 잃을 정도로 소중한 사람이 나타났구나.'
...소중한, 사람.
'혹시- 저번에 같이 찾아왔던 그 사람이야?'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맥이 빠졌다.
하하. 실소를 터뜨리며 넓은 손으로 눈을 덮었다. 나는 이미 평범한 친구가 아닌 다른 시선으로 그 녀석을 보고있었구나.
머릿 속은 나름대로 맑아졌지만 가슴 한 켠에서는 또 다른 먹먹함이 찾아들어왔다.
보고싶다.
작게 중얼거리며 힘없이 손을 떨구고-
앞에 서있는, 자신과 마찬가지에 비에 잔뜩 젖은, 그러나 비구름을 한번에 다 물리칠 정도로 해맑은 미소를 짓고있는 겐타로를 바라봤다.
"어..."
키사라기 겐타로가 눈 앞에 서있었다.
"우산도 없이 뭐하는거야, 류세이! 감기걸린다?"
"...남말하고 있네. 너나 조심하시지."
역시나 그는 보자마자 자신보다는 상대의 안위부터 걱정하기 시작한다.
"걱정하지마."
몇걸음 더 가까이 다가온 겐타로가 류세이의 어깨 위에 손을 턱하니 올리며 말했다. 속마음을 들킨 듯 눈을 크게 뜨며 바라보는 류세이에게 씨익 웃어보인 겐타로는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켄고가 메디컬 스위치로 약도 엄청나게 만들어줬고, 집에서 꼬박꼬박 챙겨먹고있다니깐. 그 약, 엄-청나게 써서 정말 먹고싶지 않지만, 내가 빨리 나아야 너도 안심을 할테니까!"
"...아... 아.. 그래..."
조금은 얼떨떨한 눈으로 바라보던 류세이는 그렇게 얼빠진 대답을 하고나서, 여전히 태양처럼 웃고있는 그 얼굴에 곧 그를 따라서 실없이 웃어버리고 말았다. 등장하자마자 자신의 분노를 온데간데 없이 녹여버리니 당해낼 수가 없었다.
"이제 화 풀렸지? 엉?"
"시끄러. 몸 챙긴다는 녀석이 비는 또 왜 맨몸으로 맞고 있는건데."
"엥, 너도 맨몸으로 맞고있으면ㅅ... 엇..!"
반박같지도 않은 반박을 늘어놓던 겐타로는 미처 말을 채 잇지 못하고 별안간 뻗어온 류세이의 손에 붙잡혀 그대로 그의 품 안으로 끌려들어갔다.
"나는 어릴 적부터 단련해온 몸이고. 비교할걸 비교해야지, 이 민간인아."
서로 홀딱 젖은 주제에 따뜻하긴 얼마나 따뜻하겠냐마는, 어깨를 단단히 감싸안은 그 팔에서는 편안함까지 느껴졌다. 그렇게 겐타로는 류세이의 어깨에 턱을 걸치고 장난스레 킥킥 웃으며 그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겐타로, 나랑 약속 하나만 하자."
"음? 무슨 약속."
"꼭 지킬꺼지?"
"그럼! 너하고 한 약속인데."
"아프지마."
"아프지말라고?"
"너에겐 셀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의 걱정과 애정이 짊어져있어. 맘대로 아프지마.
앞으로도 널 노릴 수많은 고통들은 내가 함께 나눠가질테니까... 그러니까, 약속해."
"...약속할게, 류세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