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제이드/히이+에무] 츤데레 선배의 방식

SHT2017. 1. 28. 23:53

 

2017.01 <걸어서 특촬 속으로>에서 배포했던 글입니다.

의대생 AU라고 써놓긴 했으나 의료와는 1도 연관없는 내용으로..

본의아니게 약 팔아서 죄송합니다... (?)

 

- 히이로+에무 논커플링

- 의대생AU (지만 의료 공부는 안 합니다.)

 

 


 

 

 의사로서의 길을 정진하기 위해, 바쁘게 돌아가는 세이토 의대생들에게도 휴일정도는 있다. 휴일의 따스하고 느슨한 햇살은 공평하게 세이토 의대의 기숙사에도 비친다. 부지런하게 움직여야하는 평소와는 달리 휴일이라는 달콤함에 젖어 아직 꿈나라를 헤매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그건 호죠 에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적어도 룸메이트가 깨우기 전까지는 그랬다.
 “호죠 에무.”
 “으……”
 “어이. 일어나라.”
 세이토 의대 기숙사는 2층 침대로 되어있다. 약간 아래에서부터 들리는 히이로의 딱딱한 목소리에 에무는 몸을 꿈틀거리다가, 도롱이벌레마냥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절대 일어나지 않겠다는 무의식의 반항이었다.
 “야, 일어나라고.”
 몇 차례 조용히 부르며 깨우는 일도 인내심의 한계에 달았다. 아예 듣지 않겠다는 듯이 이불을 뒤집어쓰는 작태에 히이로는 살짝 눈썹을 꿈틀했다. 어쩌다 이런 놈이 룸메이트로 배정은 되가지고. 그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는, 에무의 책상에 깜찍하게도 앉아있는 마젠타색의 인형을 손에 집었다. 푹신푹신하다. 이 정도의 푹신함이면 아프진 않겠지. 일단 효과적으로 던지기 위해 에무가 누워있는 침대의 맞은편에 있는 자신의 침대로 올라갔다. 제 침대에 걸터앉고, 사다리에 발을 올려두면서 몸을 지탱한 다음, 짜리몽땅한 인형의 다리를 제대로 잡는다. 그리고 에무가 누워있는 침대 위로 있는 힘껏 풀 스윙.
 “악…!”
 인형 자체가 솜 인형이었으니 그리 둔탁한 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에무의 머리가 있는 부분을 정확히 맞춘 인형은 퍽 소리를 내고선 에무의 옆으로 데구르르 굴러 떨어졌다. 짧게 악 소리를 낸 에무가 결국 이불을 걷어차며 일어나 앉는다.
 “저기, 히이로 선배… 제 마이티 막 다루지 말아주실래요…?”
 “그럼 깨웠을 때 제때 일어나던가.”
 “아, 휴일이잖아요~!”
 어쨌든 마이티의 덕을 본 탓에 에무는 잠에서 깬 모양이었다. 아직 졸린 눈을 비비는 에무의 불평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히이로는 목적을 달성한 뒤 다시 사다리를 밟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래서 무슨 일 인데요?”
 “다 떨어졌다.”
 “네? 뭐가 떨어져요?”
 “케이크.”
 “…….”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살짝 싸해진 에무의 표정을 못 본건지, 보고도 모른 척을 하는 건지. 히이로는 태연하게 방 한 쪽에 있는 작은 사이즈의 냉장고 쪽을 시선으로 가리켰다. 저 냉장고는 특별히 히이로가 들여온 것으로 좀처럼 자주 외출할 시간이 나지 않는 히이로가 이틀에서 삼일에 한 번 꼴로 미리 사다놓은 케이크를 보관하는 용도로 쓰였다. 떨어졌다는 건 저 냉장고의 내용물이 텅텅 비었다는 소리일 것이다. 아, 그러니까 냉장고가 비었다는 이유로 이 꿀 같은 휴일에 나는 마이티에게 머리를 얻어 맞아야했다는 거지?
 “케이크가 떨어진 걸 나더러 어쩌라……아니, 어떻게 하라고요?”
 그만 욱해서 막말이 나올 뻔했다. 비록 동갑이라 하더라도 히이로는 저보다 먼저 입학한 선배였다. 그래, 선배 대우는 해주자. 가뜩이나 동기들에게도 외면 받고 있는 사람인데 나까지 저버리면 좀 그렇고. 치밀어 오르는 화를 꾹 눌러 참으며 에무는 자신을 다독였다. 말 그대로 히이로는 여러 의미로 동기들 사이에선 유명했다. 사람이 오죽 까탈스러웠으면 히이로보다 나이가 많을 그의 동기들이 번번이 그의 룸메이트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갔겠는가. 덕분에 입사 대기자였던 에무는 운 좋게 기숙사에 입사하게 되었으니 종종 히이로의 케이크 사재기에 어울려주고는 했다.
 에무가 꿀잠을 포기하는 동안 히이로는 주섬주섬 코트를 걸치고 있었다.
 “학교 앞 카페에서 파는 딸기 케이크는 한정판이니까. 한 사람 당 한 개밖에 안 판단 말이지.”
 결국 자신은 머리수 늘리기 용도로 강제 기상을 당한 것이다. 결국은 독촉하는 히이로의 눈빛에 못 견딘 에무 역시도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외출 준비에 나섰다. 다음에 마이티 액션X의 신작이 나오면 게임 패키지 구매를 위한 줄서기 담당으로 반드시, 꼭,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선배를 끌고 가고야 말겠다는 소소한 복수를 다짐하면서.


 그들이 다니는 세이토 의대의 앞거리엔 학생들 사이는 물론 주변의 주민에게도 유명한 카페가 있다. 카페 자체는 작지만, 커피나 차에 곁들이는 쿠키나 케이크들을 모두 카페의 사장이 수제로 만들어 내놓는 것으로 입소문을 탔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계절 상품으로 나오는 한정판 딸기 케이크의 맛은 일품이라서, 사람들이 카페 밖으로도 주르륵 줄을 서서 기다린다고 한다.
 “으, 추워.”
 찬바람이 꽤 많이 불었다. 에무는 겉옷 주머니에 양손을 꼭 밀어 넣은 채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니나 다를까 카페 문 앞에서부터 사람들의 행렬이 길었다. 다행히 히이로의 성화에 못 이겨 서두른 덕분에 히이로와 에무는 상당히 앞쪽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히이로는 그저 행렬이 줄어들기만을 기다리며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이렇게 기다리는 시간은 유난히 길게 늘어져서 좀이 쑤셨다.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질 것이 예상되자 저절로 하품이 나왔다. 휴일을 빌미삼아 밤늦도록 게임기를 붙잡고 있었던 터라 사실 조금 잠이 부족했다.
  그러고 보면 이 사람은 왜 이렇게까지 단 음식에 집착을 하는 걸까. 계기라도 있나? 처음엔 단순히 단 음식을 좋아하는 입맛이라고 생각했었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케이크를 입에 달고 사는 모습을 보면 조금 궁금해진다. 뭐, 에무 역시도 매일매일 모바일 게임, 휴대용 게임기, 온라인 게임 등등을 달고 사는 인간이었으므로, 히이로도 에무를 보며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건 아마 짐작하지 못하고 있으리라.
 “히이로 선배는 케이크가 왜 그렇게 좋아요?”
 “그건 왜 물어?”
 “그냥 궁금해서요.”
 행렬이 조금 줄어들었다. 사람들이 앞으로 이동하자 히이로와 에무 역시도 따라서 앞으로 몇 걸음 이동했다. 이제 앞에 서있던 사람들이 슬슬 빠지고 있는 모양이다. 이동하면서 잠시 끊긴 대화로 다시 돌아와, 히이로가 대답했다.
 “…숨 돌리기용?”
 “네?”
 왜 의문형이야? 되묻자 히이로는 잠시 뜸을 들인 후 말을 이었다.
 “전에 사귀던 여자 친구가 그랬었다. 나는 앞밖에 몰라서 주변을 돌아볼 줄 모른다고.”
 맞는 말이긴 했다. 에무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니까 단 것이라도 먹으면서, 그 동안은 머리를 식히고 주변을 좀 돌아보라더군.”
 물론 당시의 히이로는 그 충고를 흘려들었다. 그러다가 그녀가 곁을 떠나고 나서야 그 말이 떠올랐다. 길을 가던 빵집에서 충동적으로 케이크를 사 먹고는, 그 때의 단맛이 잊혀 지지 않아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한 편 에무는 자신의 질문을 조금 후회하던 차였다. 헤어진 여친 얘기로 흘러갈 줄은 몰랐지… 살짝 아래로 시선을 내린 히이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쉽게 감이 잡히지 않았다. 어떻게든 이 무거워지기 시작하는 분위기를 타파하고 싶었다.
 “그런데 히이로 선배도 연애를 하긴 했나보네요. 솔직히 선배 너무 깐깐해서 모태솔로일 줄 알았… 악.”
 “까불지, 또.”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꺼냈던 말은 어그로가 되어 결국 콧등을 꼬집혔다. 어느 틈에 사람이 줄었는지, 카운터 앞에서의 주문은 히이로와 에무의 차례가 되어있었다.


 결국 히이로는 그렇게 원했던 한정판 딸기 케이크를 두 개나 얻었다. 시종일관 딱딱한 얼굴의 눈매가 미세하게 풀어졌다.
 “이제 빨리 돌아가요.”
 “잠깐만.”
 목적을 달성하고 나니 더욱 피곤해졌다. 걸음을 서두르는 에무를 히이로가 붙잡아 세운다.
 “받아라.”
 “에?”
 히이로가 내민 것은 투명한 포장지에 쌓인 동그란 형태의 쿠키였다. 자세히 들여다보자, 에무가 좋아하는 게임의 주인공 캐릭터의 얼굴이다. 생각해보니 이 카페는 적은 수량이지만 캐릭터 쿠키를 주문 제작하기도 했었지.
 “어어…?! 뭐예요?”
 “성적 올랐다며. 상.”
 툭 던지듯 대답한 히이로는 쿠키를 받아든 채로 얼 빠진 에무를 버려두고서 앞서가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 계속 지지부진했던 과목의 성격이 올라 자랑하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분명 히이로는 그 때도 몽블랑을 먹고 있었다.
 아. 이런 거였구나. 아마도 딸기 크림을 굳힌 듯한 쿠키의 겉면을 바라보던 에무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어버리며 히이로의 뒤를 따랐다. 선배애, 같이 가요~! 추워, 빨리 와.


 여전히 따사로운 휴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