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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T/GARO 2차 창작 ★공지 읽어주세요:D
[3기/타케루이] 인어를 위한 해바라기
GARO2015. 2. 14. 16:34
발렌타인데이 기념 노말합작 하나 더..
가로 3기의 쟈쿠즈레 타케루x스자키 루이!
합작 링크 -> http://heromance214.tistory.com/8
BGM♬ 넬 - 청춘연가
사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작업한건 아니지만 어울리는 것 같은 느낌이..
인어를 위한 해바라기
가로3기 ~어둠을 비추는 자~
─쟈쿠즈레 타케루x스자키 루이
볼 시티에 다시 발을 들여놓은 지가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얼마만이더라, 근 일 년만인가? 굳게 단추를 잠근 셔츠 깃을 만지며 목운동을 두어 번 한 남자는 익숙하게 국경을 넘어 시티의 영역 안으로 들어가 아무렇지도 않게 인파 속으로 섞여 들어갔다.
여자는 오늘도 아침 9시, 직장을 다니는 바깥의 사람들에 비하면 조금은 느즈막한 오전에 눈을 뜬다. 세안을 하고 옷을 갈아입고, 옅게 화장을 한 뒤에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한다. 그리고 원룸을 나서 꽃집으로 향한다. 가게 앞에 도착하면 10시 30분쯤이다. 오너를 대신해서 오픈을 하고 세팅 준비를 마치면 끝. 가게에서 제일 인기가 많은 해바라기를 문 앞에 내어놓으며 노란 꽃잎들을 괜히 한번 매만진다. 12시가 다 되어갈 무렵 푸근한 인상의 오너가 출근을 하면 함께 점심을 먹고 손님이 오지 않을 때엔 틈틈이 가게 정리와 꽃들의 관리, 그리고 오너에게 꽃꽂이를 배운다. 아, 그렇지. 루이쨩! 오늘은 주말이니까, 좀 있다 광장으로 이동 꽃집 좀 다녀오겠니? 네! 그럴게요.
여어, 선생. 오랜만이다!
마중을 나온 아그리를 향해 멀쩡한 손을 번쩍 들어 흔들어 보이며 그의 어깨에 텁 얹고서 인사한다. 타케루. 옷차림은 좀 바뀌었다만 여전히 조심치 못한 그의 행동에 아그리가 슬쩍 인상을 찌푸려 보였다. 에이, 알았다, 알았어. 손을 싹 떼며 타케루는 주위를 둘러본다. 어떻게 변한 구석이 없냐, 여기는.
볼 시티를 떠나 다른 구역으로 옮겨가게 된 타케루가 다시 이곳을 방문한 이유는 호라 하나를 놓쳤기 때문이다. 이리저리 빙의할 사람을 옮겨가는 이상한 특성을 지닌 탓에 어지간히도 애를 먹이더니 기어코 볼 시티까지 도망을 와버린 것이다. 벌써 그 자식 때문에 죽어간 사람만 여덟이 다 되가. 양해를 구하기 위해 연락을 취하자 아그리가 돕겠다고 나섰다. 아그리에게 자세한 사정을 설명하던 타케루가 인상을 팍 쓴다. 녀석이 행동하는 때는 주로 해가 저물었을 때였기 때문에 우선은 해가 질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동안 시티라도 돌아보지 그래. 됐어, 귀찮아. 아그리의 제안을 툭 튕겨내며 타케루는 그리운 아지트의 쇼파에 풀썩 드러누워 눈을 감았다. 돌아볼 자신 같은 건 나지 않았다. 혹시라도 너와 마주치게 될까봐.
어서 오세요, 좋은 오후네요. 저기 흰 장미꽃 세 송이만 주시겠어요?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대리석으로 바닥을 주욱 깔아놓은 볼 시티의 중앙 광장은 언제나 지나가는 사람이 많다. 공연을 하러 나오는 사람도 많고, 군것질거리를 팔러 나오는 노점상도 꽤 있다. 광장의 오른쪽에 나있는 길은 공원과 이어져 있기 때문에 산책을 나오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빠른 손놀림과 익숙한 솜씨로 포장한 작은 꽃다발을 내밀며 루이는 손님을 향해 밝게 인사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라고.
드디어 어두워졌다. 활동에 나선 타케루는 아지트를 나섰다. 한 손이 불편한 그를 위해 관할에서 일하는 법사가 특별히 개조해준 호라 탐지기를 코트 앞주머니에 잘 걸어놓고서 길을 걷는다. 빨리 해결하고 돌아가고 싶은데, 이 쥐새낀 대체 어디로 숨은 거야. 쯧, 혀를 차며 공원의 수풀을 성큼성큼 해쳐 걷는다. 분명히 공원에 들어섰을 때 호라 탐지기가 반응을 했는데 말이다. 내 눈이 잘못되지 않았다면야… 그렇지, 빙고!
뺨을 간질이는 나뭇잎들을 신경질적으로 걷어내던 타케루가 멈칫한다. 품에 장미꽃 세 송이를 안은 호라의 뒷모습이 보였다.
본의 아니게 해가 저물 때까지 공원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꽃을 팔았다. 날씨가 워낙 좋다보니 밖으로 놀러온 사람들도 많았고, 그러다보니 광장에 나온 이동 꽃집에도 괜히 눈길을 주다 들러 꽃을 사간 사람들이 많았다. 사람들이 뜸해질 때가 돼서야 겨우 퇴근 준비를 할 수 있게 된 루이는 바닥에 늘어놓았던 꽃병들을 이동식 수레에 하나하나 옮겨 담았다. 꽃병을 옮기느라 등을 돌린 바로 그 때 뒤에서 사람의 그림자가 졌다. 깜짝 놀라 돌아보자 한 남자가 서있다.
“꺅…!”
“아, 미, 미안! 놀라게 해서…”
노랗게 머리를 물들인 다소 불량해 보이는 남자는 깜짝 놀란 루이가 몸을 움츠리며 작게 놀란 소리를 내자 당황한 얼굴로 허둥거리며 손을 내저었다. 순간의 첫인상에 비해 참 얼빠진 반응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인지 루이의 놀람도 조금은 사그라들었다.
사실 타케루는 볼 시티에 왔을 때부터 굳이 루이를 찾으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또 루이를 찾아봤자 괴로울 것이 당연하니까. 루이가 기억해내지 않길 원하면서도 다시 한 번 자신을 알아봐주기를, 그 밝은 미소로 반겨주기를 바라게 되기 때문이다. 정말로, 이 빌어먹을 호라가 루이를 노리지만 않았다면 마주치지 않았을 텐데. 발견한 호라는 남성에게 빙의한 모습으로 수풀 사이에 몸을 숨기고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설렁설렁 걷던 타케루가 호라를 발견하고, 그리고 그 녀석의 시선을 따라 그녀를 발견했을 때, 그는 냉정하고 신속하게 호라의 입을 틀어막고 덮쳐 잡아 죽였다. 감히 그 앨 노린 댓가는 죽음으로 갚아야지, 안 그래? 호라가 떨어트리고 간 흰 장미꽃을 바라보던 타케루가 호라를 향해 한 말이다. 오랫동안 호라의 사기와 닿아있던 탓인지 바닥에 떨어진 흰 장미꽃은 얼마 안가 썩어 사라졌다.
그대로 돌아갔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무리 노력을 해와도 역시 나는 참을성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놈이야.
일 년 만에 눈에 담은 루이의 모습이 그를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들었다.
“아뇨, 괜찮아요. 저기… 이제 시간이 끝나서 꽃은 더 팔지 않는데요…”
“그, 아- 아 역시 그렇겠지! 너, 너무 늦었으니까, 응. 하하, 하하하하……”
여전히 당황을 감추지 못하고 타케루는 멋쩍게 웃어보였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도 친근해서, 루이는 그만 경계를 풀어버리고 따라서 푸훗 웃었다. 그 얼굴을 바라보는 타케루의 얼굴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그으, 아무래도 혼자 가긴 좀 위험할 것 같은데… 저기 번화가까지 수레 밀어 줄테니까.”
“아…”
사실 따지자면 갑자기 나타나서 태연하게 함께 걸어주겠다는 타케루만큼 위험해 보이는 사람이 또 어딨겠나 싶겠지만 이미 경계가 풀린 루이는 망설이다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장갑을 낀 의수를 숨기며 멀쩡한 한 손으로만 수레의 손잡이를 잡고 끌며 타케루는 루이와 나란히 선 채 공원을 걸었다. 이 공원을 가로질러 나가면 이 시간에도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번화가가 나온다. 아무래도 방금 호라에게 노림을 당했던 탓에 마음이 놓이지 않아 거기까지만 데려다주고 바람처럼 사라질 계획이었다.
“달이 예쁘네요.”
타케루의 안절부절한 침묵을 느꼈기 때문인지 무엇인지. 루이가 불쑥 꺼낸 말이다. 덩달아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본 타케루가 작게 대답했다. 그러게. 달은 빌어먹게도 여전히 예뻤다. 너와 나를 연결해준 그 때처럼, 변함없이. 우리의 관계는 그 때와 달리 이렇게나 많이 변해버렸는데 말이다. 기억이란 참으로 연약한 것이어서 쉽게 지워지지만 그만큼 되돌아오는 반동도 큰 법이다. 어쩌면, 지금 어깨를 붙잡고 나를 기억해달라 외치면 알아봐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역시 할 수 없다. 말할 수 없다. 어쩌면 기억해낸 그 순간 너는 물거품처럼 영영 사라져 버릴 것 같았기 때문에.
“자, 다 왔어.”
“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뭘. 그럼… 조심히 가.”
타케루에게서 수레의 손잡이를 받아든 루이는 웃으며 인사를 한 뒤에 다시 수레를 밀며 앞으로 걸어 나간다. 멀어져 간다.
붙잡고 싶다. 못 가. 가지마. 한 번만, 돌아봐줘.
“아참. 저기…!”
갑자기 걸음을 멈춘 루이가 무언가를 손에 들고 뒤돌아 타케루를 향해 뛰어왔다.
“어…?”
얼빠진 소리를 내며 그저 루이를 바라본다.
“이거… 이 시간에 드리기 뭐하지만, 도와주신 답례예요.”
“이건……”
루이가 내민 것은 한 송이의 해바라기였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에요.”
한 손으로 해바라기를 받아든 타케루가 멍한 얼굴을 들어 루이를 빤히 바라봤다.
이 꽃을 보고 있으면, 제가 기다리는 누군가가 금방 찾아올 것 같거든요.
기다려? 누구를?
사실 누굴 기다리는 건진 모르겠어요. 하지만 약속했던 것 같아요. 기다리겠다고… 그냥 꿈을 꾼 걸 수도 있지만요.
그렇게 속삭인 루이는 말없이 선 타케루에게 인사를 하고서 다시 멀어졌다.
마지막에 했던 약속. 너는 잊어버리지 않았구나. 나는 지키지 못했는데.
잊지 않았어.
황망히 선 타케루는 손에 놓인 해바라기를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가이무/타카아키] 이별을 제안하는 프로포즈
SHT2015. 2. 14. 16:32
발렌타인 기념 노말합작 가이무의 쿠레시마 타카토라x카즈라바 아키라로 참여했습니다!
합작 링크 -> http://heromance214.tistory.com/8
BGM♬ 네미시스 - 우리는 사랑이었을까(http://youtu.be/0aD1-6a9aQ0)
이별을 제안하는 프로포즈
가면라이더 가이무
─쿠레시마 타카토라x카즈라바 아키라
전파를 강탈한 괴물이 온 디지털 화면을 독차지하고 인류의 종말을 고한 날, 괴기한 식물들이 자와메 시를 온통 뒤덮었던 그 날. 요란한 소동과 함께 어쩐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인류의 종말은 다행히도 빗나갔다. 온 지구를 들쑤셨던 재해가 지나간 뒤 세간의 앞에 나선 것은 이그드라실 코퍼레이션의 쿠레시마 타카토라 주임이었다. 다소 포장된 사건의 전말을 모두 밝히면서 그는 언론과 시민들의 뭇매를 맞게 되었지만 아랑곳없이 책임이라는 것을 지기 위해 그는 수면 시간까지 버려가며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야말로 눈코 뜰 새도 없이 바쁜 그였지만 일주일에 단 한 번, 무리를 해서라도 여유를 내는 날이 있다. 매주 일요일. 지금이라면 당당히 자신의 은인이라 말할 수 있는 ‘그’의 가족을 만나는 날이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기다리게 했군요.”
“아뇨, 기다리긴요. 오우렌씨가 말상대도 해주셨는걸요, 케이크까지 대접해주시고.”
어김없이 약속 장소는 샬몽이다. 웃는 얼굴의 아키라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인 뒤 타카토라는 맞은편의 의자에 앉았다. 나참- 레이디를 기다리게 해서야. 타카토라가 오지 않는 동안 아키라의 말상대를 해주던 오우렌이 자리를 비켜주며 약간의 책망이 담긴 목소리로 장난스러운 말을 건넸다. 타카토라는 그를 향해 대답 대신 슬쩍 눈썹을 까닥인다.
“미국에서 방금 돌아오신 거죠?”
“아아. 예.”
“그럼 아까까진 하늘에 있었겠네요. 으음, 날씨 정말 좋다…”
고개를 살짝 들어 파라솔 건너로 시선을 올려든 아키라가 반쯤 눈을 내리감은 채 기분 좋은 미소를 짓는다. 덩달아 그녀를 따라 고개를 든 타카토라 역시도 검은 눈에 하늘을 닮는다. 벅차오를 정도로 맑아서 부담스럽기까지 한 하늘이다. 살짝 시선을 굴려 맞은편에 앉은 아키라를 바라보자, 불어온 선선한 바람이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흔들흔들 흔들고 있었다. 타카토라에게 아키라는 마치 이런 하늘이었다. 맑은 사람. 타카토라와 아키라가 이런 식으로 만나게 된 지도 벌써 반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서로 이름으로도 부르게 되면서(“저까지 카즈라바라고 부르실 건가요?”라는 아키라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익숙해질 법도 됐지만 여전히 타카토라는 아키라와 눈을 똑바로 마주보는 것만은 차마 할 수 없었다.
반년이라는 시간을 새삼 되돌아 생각해보면 타카토라에게 있어선 참 놀라운 시간이다. 그동안 쿠레시마 타카토라에게 공적인 일 외에 사적인 일로만 관계를 맺어온 사람의 수는 정말 현저할 정도로 적었기 때문이다. 아니,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있기나 했는지도 의문이다. 친한 친구는 같은 회사에 입사하여 부하 직원이 되었고 심지어는 가족마저도 모두 일과 엮어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서로 얼굴도 모르고 스쳐지나갔을 법한 인연이었던 카즈라바 아키라와 이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 아닐까. 그녀가 타카토라의 또래이면서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여성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물론 타카토라는 그 점을 전혀 의식하지 않았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의식하지 않고 있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지도 모른다.
이 만남이 처음 시작된 것은 타카토라가 아키라에게 먼저 연락을 걸었을 때였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와서 받았더니 처음 들었던 인사말 이라는 게 참 인상적이었다고, 아키라는 지금도 가끔 우스갯소리로 말한다.
‘쿠레시마 타카토라라고 합니다. 카즈라바 아키라씨 맞으십니까?’
‘아, 네… 맞는데요.’
‘…동생 분의, 카즈라바 코우타에게 빚을 진 사람입니다. 그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연락했습니다.’
책임. 정말로 처음엔 그랬다. 타카토라에게 무겁게 내려앉은 일곱 글자의 이름, 카즈라바 코우타가 그렇게 되어버리면서 아키라가 혼자 남겨진 것에 대해 그는 늘 책임을 갖고 있었다. 내가 그를 끌어들이지만 않았어도 당신이 남겨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타카토라는 정말로 뺨 맞을 각오를 하고서 그녀와의 만남을 요청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설령 당신이 거절하더라도 뒤에서 도우리라 마음먹었었다. 그러나 처음 만난 아키라는 고개를 숙이는 타카토라에게 웃어보였다. 그리고 이제는 괜찮다고 말했다. 코우타는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섰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괜찮아요. 코우타에게 들어 왔던 대로 그녀는 흐림 한 점이 없는 멋진 여성이었다. 그래서 이 첫만남 때 타카토라는 아키라의 눈을 마주하지 못하고 피했다. 사실은 이 때 한 번으로 끝났을 지도 모르는 만남이었다. 그러나 타카토라는 저도 모르게 헤어지기 전 아키라를 붙잡아 세우며 말했다. 다음 주, …휴일에,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겠습니까. 아키라는 왜 라고 묻지 않았다. 그저 웃으며 알았다고 대답하고서 집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이어진 만남이었다. 타카토라의 책임감으로 시작된 만남은 어느샌가 자연스럽게 일주일 하루의 일과로 자리 잡아 따로 약속하지 않아도 그 시간 그 즈음에 늘 만나던 장소에서 만나게 되었다. 붙잡은 것은 타카토라였지만 만남 이후의 스케쥴을 주도하는 것은 늘 아키라였다. 공원을 새로 리모델링 했다고 하네요. 같이 걸어주실래요? 라는 아키라의 부탁에 공원 산책을 한 날, 가끔씩 아키라가 나가는 자원 봉사에 얼떨결에 뚜벅뚜벅 쫓아갔던 날이 또 하루, 무료 관람 이벤트를 시작한 미술관을 함께 돌아봤던 날이 다시 또 하루, 그리고 영화관에 가본 적이 없다는 타카토라를 위해 그녀가 손수 예매한 로맨스 영화를 나란히 감상하고 눈물 흘리는 그녀에게 손수건을 건넸던 날이 하루하루 쌓여갔다. 그렇게 쌓여가는 만남 속에서 점점 타카토라가 코우타의 이름을 언급하는 횟수는 줄어갔다.
바보라도 알 수 있는 일이다. 타카토라가 제 아무리 일과 그동안 짊어지고 있던 사명감 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하더라도. 아니 어쩌면 지금 눈앞에 앉아있는 당신이 알려준 것일지도 모르겠다.
“자아, 오늘은 신작인 마카롱이에요.”
“어머, 귀여워라-! 잘 먹을게요, 오우렌 씨!”
그새 서빙을 나온 오우렌이 두 사람의 앞에 색색의 마카롱 네 개가 담긴 그릇을 내려놓고선 타카토라를 향해 은근히 눈을 찡긋 해보이고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아키라는 오우렌이 두고 간 마카롱을 한 입 베어 물고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 얼굴을 스치듯 바라보며 타카토라는 무심코 저번 달부터 재킷 주머니에 항상 자리 잡게 된 작은 케이스를 만졌다. 보석점을 지날 때 저도 모르게 충동적으로 구입한 반지다. 타카토라의 손바닥에 가볍게 들어오는 사이즈인데도 참 무거운 무게가 느껴지던 것이다.
미국으로 출장을 다녀오기 전날 밤, 쿠레시마 저택에서 미츠자네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반지 케이스를 열어두고서 생각에 잠긴 타카토라를 발견한 미츠자네의 굳은 얼굴이 타카토라를 꾸짖었다. 안 그래도 반복되는 타카토라와 아키라의 만남을 염려하고 있던 미츠자네였다.
“코우타 형의 누나야, 형.”
“…….”
“코우타 형이 지키려고 했던 누나란 말이야. 알고 있는 거야, 형? 단순히 그 사람을 대신해서, 듣기만 해도 그 지긋지긋한 책임을 지려는 거라면 지금 당장-”
“대신이 아니다, 미츠자네. 나는… 진심으로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을 뿐이야.”
미츠자네의 말문이 막혔다.
그래, 확실히 책임으로부터 시작된 관계다. 그렇기 때문에 확신이 서질 않았다. 사실은 알고 있다. 타카토라는 아키라와 함께하고 싶었다. 정말로 순수한 감정이었다. 나는 당신을 원해. 하지만.
“타카토라씨?”
“……아.”
“많이 피곤하세요? 표정이 안 좋으신데… 오늘은 이만 돌아갈까요?”
“아니, 할 말이 있습니다. 들어, 주시겠습니까.”
“음… 네. 말씀하세요.”
진지한 모양새로 말하는 타카토라에게서 심상찮음을 느꼈는지 아키라 역시도 포크를 내려놓고 자세를 바로 했다.
"오늘 당신에게 프로포즈를 하려고 합니다.“
아키라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그 눈동자에 피어오르는 것은 선연한 놀라움이다. 정말로 직설적이고 멋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프로포즈 였지만.
“하지만, 만약에… 아키라 씨, 당신이 승낙을 한다면 당신은 쿠레시마가 되겠지요.”
내가 당신을 원하고, 만약에 당신이 내 바람을 승낙한다면 당신의 이름은 쿠레시마가 된다. 그 사실이 타카토라를 망설이게 했다. 미츠자네가 염려했던 것처럼 카즈라바 코우타의 대신이라거나, 그를 그리 만든 책임을 짊어지고 그녀에게 죗값을 갚으려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것들은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다만, 그리 되면 카즈라바의 이름은 사라진다. ‘그’의 뿌리 역시도 영영 사라질 것이다. 미츠자네가 가장 거부감을 느낀 부분이 이 것이다. 그것을 당신이 진정으로 원할까, 그것을 나는 견뎌낼 수 있을까.
“더 이상 카즈라바의 이름이 아니게 될 겁니다.”
그것을 나는 견뎌낼 수 있을까.
쿠레시마라는 집안에 끌어들이고도 맑은 당신이 흐려지지 않도록 내가 지킬 수 있을까.
입술을 다문 타카토라를 빤히 바라보던 아키라는 잠시 말을 고르는 듯 테이블 위에 놓인 연두색 마카롱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길 잠시, 고개를 든 아키라가 돌연 손을 뻗어 어색하게 테이블에 놓인 타카토라의 손을 덮었다.
“이것만 물어볼게요, 타카토라 씨.”
끄덕.
“코우타는 코우타, 나는 나. 그리고 당신은 그냥 당신. 모든 걸 다 잊고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만을 위해 생각해봐요.
당신은 나를 사랑하나요?“
“……그래.”
그럼 된 거 아닌가요? 천연덕스럽게 손을 거둔 아키라는 그 자리 그 자세로 타카토라의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하늘처럼 맑다.
느릿하게 주머니 속의 무겁기만 했던 반지 케이스를 꺼내 열었다.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포갠 아키라의 얇은 손목을 조심스레 붙잡아 당긴 타카토라가 약지에 반지를 끼운다.
그 날, 타카토라는 그녀의 가느다란 약지에 끼워준 반지에 박힌 다이아몬드보다도 찬란한 미소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