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밤님께 드리기로 한 레몬오렌! 입니다.. 는 역시 쓰다보니 3천자가 넘어서 이..일단 달성표로...( mm)
레몬오렌 처음 써보네요! 사실 둘의 이야기도 생각은 해보긴 했는데 워낙 접점이 애매...하다고 해야할지 둘이 부딪힌게 얼마 없어서...
그래서 나름대로 제 동인설정을 이것저것 끼얹어서 써보았습니다 제목은 유명한 그 노래를 조금 변형한 것으로... 부끄럽네요 너무 뻔한 제목이라...
쓰다보니 처음에 리퀘해주신 내용이랑 꽤 많이 달라져서... 그게... 그저 죄송합니다 레밤님....( mm)
시점은 적절히 카치도키 암즈 등장 전의 어딘가..입니다... ^.^...
특별히 이렇다 할 것 없이 흘러가는 여느 나날과 같은 하루 였다. 그 사이에 누나에겐 말하기가 좀 뭐한 일, 그러니까 인베스와의 전투라던지, 그런 일은 종종 생겼지만 이건 제쳐두고. 코우타는 겨우 채용이 된 아르바이트에 나와 커다랗고 맹한 눈을 한 곰인형 탈을 뒤집어쓰고 전단지를 돌리던 도중이었다. 인형탈 알바라면야 얼굴을 보일 일이 없으니 비트라이더즈라도 피할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간신히 채용된 일이다. 뭐, 고용주가 그래도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그런 취급은 너무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를 종종 내던 인자한 인성의 사람인 것도 한 몫 했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간신히 구하게 된 일자리인만큼 코우타는 열심이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쿠마 베이커리입니다~"
인형탈 안에서 지나가는 행인이 보인다 싶으면 전단지와 함께 가게에서 받은 바구니에서 작은 쿠키가 포장된 봉지를 내민다. 이 반복적인 행동을 계속 하다보니 인형탈 안에 가득찬 습기며 안에서 울리는 목소리 탓에 머리가 제법 띵하다. 또 다시 옆에서 사람이 걸어오는 인기척이 느껴져 이제는 자동반사적으로 쿠키 봉지와 전단지를 함께 내밀었다.
"잘 부탁드립-" 툭. "카즈라바 코우타?" "..엇?"
쿠키와 전단지를 내밀던 손이 지나가던 행인의 가슴에 툭 닿음과 동시에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다. 나를 알아볼 리가 없는데. 안에 감춰져 보이지 않는 얼굴에 당황스러운 빛을 띠며 코우타는 앞에 선 남자를 바라보았다. 길거리에선 상당히 튀는(아무리 그래도 커다란 곰인형보다는 덜 하겠지만) 하얀 가운과 독특한 배색의 셔츠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시야의 윗편을 가리는 탈을 살짝 들어올리자 얼굴의 옆을 거의 가린 흰색 브릿지의 옆머리가 보인다. 잊을래도 도저히 잊을 수 없는 머리스타일이었다.
"...센고쿠 료마!"
"아, 그렇게 크게 외쳐주지 않아도 내 이름이 센고쿠 료마라는건 알아. 기억해줘서 고맙네, 카즈라바 코우타군." "뭐야! 난 줄 어떻게 알았어!" "글쎄."
말하자면 귀가 예민한 편인 료마는 건너편에서 걸어올 때부터 기계적으로 반복되던 '잘 부탁드립니다' 소리가 귀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인형탈 안의 사람이 카즈라바 코우타라는건 눈치챘다. 거기다 딱히 의식하지 않은 평범한 움직임에도 사람마다 제각각 개성은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특히 댄서였던 코우타의 역동적인 움직임은 금방 눈에 띈다. 적어도 료마의 눈에는 그랬다. 그러나 료마는 코우타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 대신 자신의 가슴 앞에 내밀어진 쿠키 봉지와 전단지를 받아 들었다. 대충, 빠르게 훑어본 전단지는 주머니 속에 아무렇게나 넣어버리고 쿠키봉지를 보았다. 아몬드쿠키와 초코쿠키가 두어 개씩 들어있다. 이건 꽤나 반가운 선물인걸. 한참 연구에 몰두하고 난 다음이면 늘 단 것을 찾는 것이 료마의 버릇이었다. 료마의 연구가 끝날 쯤이 되면 항상 비서인 미나토 요코가 마카롱이나 조각케이크를 사다두고는 했지만 오늘 요코는 외근, 그리고 요코 대신 단걸 사다달라며 행패를 부릴 수 있는 상대인 타카토라는 아쉽게도 출장중이었다. 하여튼. 안 먹고 지나가기엔 왠지 입이 아쉬워 친히 밖으로 발걸음을 했더니 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아 원하던 것을 받았으니 타이밍이 좋았다고 해야할까. 그나저나. 작게 부스럭대는 소리가 나도록 쿠키 봉지를 만지작거리던 료마는 눈을 들어 코우타의 모습을 한차례 쭉 훑어봤다. 실로 실소가 비식 새어나오는 꼴이 아닐 수 없다.
"...뭐야, 왜 웃어." "이그드라실을 그렇게 애먹이고 있는 그 아머드 라이더가, 곰인형을 뒤집어쓰고 호객행위라. 응, 참 재밌는 일이다 싶어서." "거 유감이네요. 나는 좋은 건물에서 좋은 혜택을 받으면서 편하게 일하는 누구누구와는 달리 가족을 부양해야하는 몸이라서요! 이렇게 몸으로 뛰지 않으면 안되거든?"
그 무슨 실례되는 말씀을. 며칠내내 제대로 몸도 펴지 못하고 앉아있는 것이 얼마나 중노동인지 모르는 모양이다. 앉아만 있으면 그 뿐이랴, 끊임없이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며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야 하는 작업은 참으로 고된 일이다. 그런 고생을 편하게 앉아서 놀고먹는단 소릴 하다니 어떤 의미로 몰상식하고 무례한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정작 그 본인은 그것을 고생이라고 여기지 않지만.
"오, 그건 유감이네."
낄낄 웃자 곰인형 탈 안에서 이익- 하고 부아가 치미는 듯한 소리가 작게 들렸다. 위협은 커녕 귀엽기 짝이 없었다.
"뭐 그 나이에 가족을 부양하겠다는 의지는 훌륭하다고 생각해. 그래도 너무 고생은 하지 말아줄래?" "하? 뭔... 당신답지 않은 소릴 하고 그래."
당황스러운 목소리에 의아함과 약간의 호의가 담겨졌다. 이렇게 단순해서야. 걱정 한마디 해줬다고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바뀐다.
"장착자인 네가 피곤에 쩔어 비실거리다가 제대로 가이무의 데이터를 뽑아낼 수 없으면 이 쪽은 엄청 곤란하거든." 아, 그 쪽이냐. 작게 불만스런 콧소리가 들린다. "참나, 그럼 그렇지. 당신이 호의적인 말을 할 리가 없지." "어라. 난 네게 꽤 호의를 갖고 있는데?" "웃기지 마셔."
코우타는 코웃음을 치며 무시했지만, 료마의 말은 진심이었다. 료마는 코우타에게 상당한 호의를 갖고 있었다. 오히려 호의를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 센고쿠 료마에게 그의 연구물이란 그의 자존심이고 그의 꿈이며 그의 신념이자 그의 인생 그 자체였다. 그리고 카즈라바 코우타야말로 그의 연구물인 전극 드라이버를 사용하여 가장 많은 변화와 힘을 얻은 사람인 것이다. 심지어는 어떻게 얻었는지는 몰라도 한 번 외면해뒀던 연구물을 사용해 진바 암즈로 변신하기까지 하지 않았나. 그로 인해 료마가 얻게된 데이터는 정말로 가치로운 것이었다. 그러니 내가 어찌 네게 호의를 가지지 않을 수 있겠어. 아니, 호의를 넘어 사랑스러울 정도였다. 료마의 뻗은 손이 인형옷을 입고있는 코우타의 어깨를 천천히 감쌌다가 떨어졌다.
"그럼 수고해. 너무 무리는 하지말아줘, 카즈라바 코우타."
료마는 호의와 애정을 담아 빙그레 웃어보이고서, 할 말을 잃은 채 선 코우타를 남겨두고 왔던 길을 되돌아 갔다.
손에 쥔 쿠키 봉지를 가볍게 던졌다 받는 행동을 반복하던 료마는 문득 주머니에 쑤셔넣은 전단지를 다시 꺼내 펼쳐 보았다. 구겨진 전단지 한 귀퉁이에 강조색을 넣어 써진 문구가 그제서야 눈에 들어왔다. '오픈 기념 이벤트! 전화를 주시면 쿠마군이 직접 배달을 갑니다!' 문구를 다 읽은 순간 푸핫, 터지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낄낄대다가 간신히 웃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이그드라실 타워를 향해 걸었다. 걷고 있는 료마의 입꼬리는 여전히 흥에 겨워 말려올라가 미소를 그리고 있었다.